전 세계가 델타 변이 확산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작 이 변이가 처음 발견된 인도는 진정되는 분위기다. 인도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차 대유행 당시 한때 40만 명을 넘던 일일 신규 환자는 크게 줄어들어 21일 현재 일주일 평균이 4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인구 비율은 23.6%로 비슷한 시기 접종을 시작한 영국(68.3%)·이스라엘(66.4%)·미국(55.8%) 등에 비해 크게 낮고, 2차 접종률은 6.3%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데도 확진자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인도 보건부는 지난 6~7월 실시한 4차 전국 코로나 항체 조사에서 “6세 이상 인구 67.6%가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 70% 이상이 항체를 가졌을 때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 인도는 이 기준에 거의 근접해 있다. 현지 감염병 전문가들은 항체 보유자 중 최대 90% 이상을 백신이 아닌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회복해 면역을 갖게 된 경우로 보고 있다.
-자연적 면역은 어떻게 형성되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나.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하는 과정에서 면역 세포인 B세포가 증식해 항체를 생산한다. 이 항체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에 먼저 결합해 인간 세포가 감염되는 것을 차단한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B세포도 대부분 없어지는데 이들 중 일부인 기억 B세포는 바이러스 정보를 저장해 뒀다가 나중에 바이러스가 재침입하면 빠르게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와 별개로 또 다른 면역 세포인 기억 T세포도 침입 바이러스를 기억했다가 재침입하면 이를 직접 죽인다. 이들이 우리 몸에서 얼마나 지속하느냐가 면역 기간을 좌우한다. 통상 8개월~1년 이상 지속된다고 추정한다.
-인도에서 또 다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은.
인도의학연구협의회는 “인도에서 코로나 3차 유행이 이르면 오는 8월 말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차 대유행에서 얻어진 면역 기간이 끝나가고, 항체가 없는 4억 명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세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상 일일 신규 감염은 10만 건 정도라고 추산했다. 실제 각국 코로나 연구진들은 “단기간의 변이 출몰 상황에선 재감염이 흔하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이달 초 발표된 뭄바이 인근 푸네 지역 D Y 파틸 의과대의 항체 추적 연구에 따르면 이전 감염자 1081명 중 작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재감염자는 13명에 그쳤다.
그러나 사람마다 자연적 면역의 효과·기간이 다르기에 인도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작년 12월 미 록펠러대의 미셀 루센즈위그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1년 전 코로나 감염자가 회복 후 백신을 접종할 경우 대조군과 비교해 항체가 50배로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