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서 출발한 전세기가 미국령 괌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대만과 괌 직항편이 뚫린 것은 1년 반만이다. 비행기에 탄 대만인 153명이 괌에 온 목적은 하나. 코로나 백신을 맞기 위해서다.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승객들은 괌 관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광고 중인 ‘에어비앤비(Air V&V)’ 고객이다. V&V는 비행기를 타고 괌에 와서(Visit) 휴가(Vacation)를 보낸다는 뜻이지만 괌 당국이 12세 이상 외국 관광객도 괌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하면서 대만인들은 백신(Vaccine)의 ‘V’를 찾아서 온 것이다.
연합보에 따르면 괌 당국은 코로나 음성 증명서(72시간 이내 실시)를 가지고 입국한 사람에 대해서는 격리를 면제해 준다. 관광객들은 모더나, 얀센, 화이자 백신 가운데 원하는 백신을 맞을 수 있다. 1차례만 접종하는 얀센의 경우 비행기표와 호텔을 포함 4박5일 일정 비용은 1인당 최저 5만 대만달러(약 200만원)다. 하지만 대만으로 돌아온 후 호텔 격리 비용은 별도다.
2차례 접종해야 하는 모더나, 화이자를 택할 경우 20~27일간 괌에서 머무는 비용과 대만 복귀 후 격리 호텔 비용을 포함, 24만~28만 대만달러(약 975만~1140만원)가 든다고 대만 언론이 전했다. 한 대만인 참가자는 대만 매체 이투데이에 “아이 둘과 함께 20여일간 괌에 머물면서 2차례 백신을 맞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 가족 3명이 대만 귀국 후 격리 호텔 비용을 포함해 쓴 돈은 60만 대만달러(약 2440만원)에 달한다.
연합보는 대만 관광 회사들을 인용해, 7~8월에 괌을 찾을 대만인들이 2000명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여행사는 “(체류 기간이 짧은) 얀센 백신 접종 상품은 7월 출발 상품 판매가 완료됐다”고 했다.
대만인들이 큰돈을 들여 괌까지 가서 백신을 맞는 이유는 대만에 백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생하자 대만은 신속하게 중국발 입국자를 막으며 방역 모범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됐다. 백신 확보, 접종이 늦어진 상태에서 5월 대만에서 코로나가 확산하지 당국은 사실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일본이 대만에 백신을 지원했지만 대만 당국은 아직 대규모 접종을 못하고 있다. 1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대만인은 전체 인구의 11%에 불과하다.
대만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7일 태국으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2만회 분량을 수입한 데 이어 8일에는 일본에서 113만회 분량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도입할 예정이다. 대만이 이번주까지 확보한 백신은 전체 인구(2400만명)의 30%인 700만회 분량이다. 정부의 백신 확보가 늦어지자 TSMC, 폭스콘 등 대만 대기업들이 직접 백신 구매에 나선 상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6일 “현재 10%가량인 백신 접종률을 7월말까지 20~25%까지 높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