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상원의장이 대만을 공식 방문해 중국어로 ‘나는 대만인‘이라고 연설했다. 대만을 중국의 일부분으로 보는 중국은 격렬히 반발했고, 체코는 중국 반발이 선을 넘었다고 경고했다.

밀로시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은 1일 대만 입법원 연설에서 ”1963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이 동서로 분단돼 있던 베를린에서 독일어로 ‘나는 베를린 사람’이라고 연설함으로써 공산주의를 비판했다”고 했다. 그는 자유 진영인 대만에 지지를 보내겠다며 중국어로 “나는 대만인”이라고 말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케네디의 반공(反共) 연설문을 차용해 중국을 비판한 것이다. 그의 대만 방문을 노골적으로 반발해 온 중국 정부에 대한 ‘반격’ 차원이기도 하다.

/AP 연합뉴스 밀로시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 의장이 1일 대만 입법원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가 쓴 마스크에 대만기와 체코기가 나란히 그려져있다.

비스트르칠이 속한 시민민주당은 체코 민주화 뒤 설립됐으며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노선을 추구한다. 정치적 정체성은 대만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비스트르칠 의장은 유시쿤 대만 입법원장의 초청에 정치권 주요 인사들과 기업인을 포함한 90명 규모의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가는 것으로 화답했다.

비스트르칠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체코와 대만의 역사적 유사성도 강조했다. 소련의 위성국가였다가 냉전 종식과 함께 공산주의 체제를 떨쳐버린 체코와 1980년대 계엄령 시대를 종식한 대만 모두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안착했다는 것이다.

헌법상 체코 국가 서열 2위인 비스트르칠의 발언은 중국-체코 관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나는 대만인’ 연설 전날 비스트르칠의 대만 방문에 대해 “근시안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이라며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해 왔던 체코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중국의 노골적인 압박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왕이의 발언에 대해 토마스 페트리첵 체코 외교장관은 “정부가 상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왕이 부장의 발언은) 선을 넘었다. 중국 대사를 소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