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세계 정상급 지도자 중 여러 명이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 74세인 트럼프와 달리 이들은 모두 50~60대로, 사망자는 없었다. 모두 각자 국력을 총동원한 최고의 치료 덕에 완쾌했다.
지난 3월 제일 먼저 코로나에 걸려 충격을 안긴 정상은 보리스 존슨(56) 영국 총리였다. 이어 미하일 미슈스틴(54) 러시아 총리, 후안 오를란드 에르난데스(52) 온두라스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65) 브라질 대통령, 자니네 아녜스(53) 볼리비아 임시 대통령, 알레한드로 잠마테이(64) 과테말라 대통령 등이 확진됐다.
비만에 속했던 존슨 총리의 경우 당시 총리실을 통해 “건강이 양호하다(in good spirit)”고 했지만, 상당히 심각한 상태여서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존슨은 코로나 사태 초기 관련 각료 회의에 불참하고 2주간 휴가를 가는 등 코로나를 다소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들었다. 한 때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존슨은 퇴원 후 코로나를 악화시키는 주요 기저질환으로 꼽히는 비만 퇴치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역시 브라질이 세계 2위의 코로나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처럼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 두기를 무시하고 과학자들과 싸우다가 코로나에 걸렸다. 보우소나루는 투병 중에도 “코로나는 별것 아니다”라며 엄지를 치켜든 채 웃는 모습을 공개하곤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존슨이나 보우소나루 등이 코로나 투병을 계기로 지지율이 다소 올랐다는 점이다. 존슨 총리의 경우 코로나 감염 전 54%였던 개인 지지율이 완치 직후 60%로 올랐다. 탄핵 위기에 몰렸던 보우소나루도 코로나 투병 이후 지지율이 32%에서 37%로 올라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상의 투병에 대한 인간적 동정심, 그리고 현 정권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국가적 위기 의식 등이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이런 지지율 반짝 반등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존슨 총리의 경우 코로나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 등의 책임론으로 지난달 말 현재 지지율이 35%로 다시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