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오래 앓은 환자나 완치된 사람이 후유증으로 좋은 냄새조차 쓰레기나 생선이 썩는 듯한 악취로 착각하는 ‘착후(錯嗅·parosmia)’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러스트=박상훈

28일(현지 시각) 영국이비인후과의사협회장인 니르말 쿠마르 박사는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전역에서 장기간 후각 상실을 경험한 환자들 중 일부가 역겨운 냄새를 맡는 착후증상을 겪고 있다”고 했다. 착후는 실제로는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냄새가 난다고 느끼거나, 좋은 냄새를 악취로 착각하는 후각 이상의 일종이다.

쿠마르 박사는 지난 3월 후각·미각 상실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증상이라는 점을 최초로 발견한 의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발열과 기침 등 일반적인 코로나 증상이 없더라도 후각 상실을 경험했다면 일단 자가 격리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그는 코로나가 ‘향신경성 바이러스’라며 “이 바이러스는 머리 속 신경, 특히 후각을 조절하는 신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코로나는 다른 신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뇌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커니즘인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환자들에게서 환각이나 수면장애, 청력 변화 등이 보고됐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런던에 사는 은행원 다니엘 사베스키(24)는 지난 3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2주동안 미각과 후각을 잃었고, 그 이후로는 착후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강한 쓰레기통 냄새, 무언가 타는 냄새나 유황에서 나는 악취 비슷한 것이 나서 식욕 부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서식스주(州) 출신 린 코베트(52)도 코로나로 인한 후각·미각 상실증 이후 착후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3월부터 5월 말까지는 아무것도 맛볼 수 없었고 6월에 후각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것들에서 역겨운 냄새가 났다고 한다.

그는 이전에는 커피 중독이었지만, 이젠 커피에서 휘발유같이 참을 수 없는 냄새가 난다고 했다. 코베트는 “후각을 되찾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지만 괜찮다”며 “다른 사람처럼 심각하게 아프거나 입원하거나 사망하지 않은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지원하는 단체 ‘채리티 앱센트'(Charity AbScent)는 영국 비(鼻)과학의협회와 영국이비인후과의사협회와 함께 수천 명의 후각 상실·착후 환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은 착후 증상으로 식욕 부진에 걸린 사람들에게 장미나 레몬, 정향, 유칼립투스 오일 등의 냄새를 매일 20초 정도 맡는 ‘냄새 훈련’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