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인선입니다.

전쟁보다 끔찍했던 스페인 독감

🍏위기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인류가 겪었던 비슷한 위기 때는 어땠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역사학자 앨프리드 크로스비가 쓴 스페인 독감에 대한 책 '인류 최대의 재앙, 1918년 인플루엔자'를 읽어봤습니다. 위기의 정체를 모른 체 모두가 고통받는, 전쟁보다 더 참혹한 장면이 이어지더군요. 

🍏1차 세계대전이 1914년에 시작해서 1918년 11월에 끝났는데 스페인 독감은 1918년 초여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과 전염병이 뒤엉키면서, 스페인 독감은 군인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며 엄청난 희생자를 냈습니다. 특히 젊은 희생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흔히 앓는 '독감'이라고 생각해서 다들 당국에 보고도 제대로 안했고  그래서 기록도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스페인 독감 희생자는 2년 동안 2500만~5000만명으로 인류가 겪은 최대 재앙이었습니다. 

🍏가장 강렬한 장면은 미국에서 군인들을 태우고 유럽으로 가던 '리바이어던 호'의 독감 전파 상황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에요.  "리바이어던호의 선실은 감염된 병사들의 코피로 인해 피바다가 되었다. 그곳은 비명에 가득찬 생지옥이었다. 1918년 7-9월에 미 해군 4136명이 독감과 폐렴으로 사망했다. 전투로 인한 사망자보다 전염병으로 사망한 병사들이 더 많았다."

🍏1918년 미 전체 해군의 40퍼센트 정도가 독감에 걸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전쟁 중이라 군인들 이동이 많았는데, "독감은 최소한 여러 척의 선박에서 발생했고 이는 마치 재앙의 낭떠러지와 같았다"고 합니다. "화재와 마찬가지로 전염병이 발생하기 쉬운 최악의 장소는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처럼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곳"이었다고 합니다.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방치된 위기

🍏4일 기준으로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1085명입니다. 그 중 수용자는 1043명인데, 전체 수용자 2400여 명의 43%가 감염된 겁니다. 지금까지 사망자가 2명이 나왔구요. 구치소 관리는 엉망이었습니다. 과밀 상황에서 마스크도 주지 않고 음성판정 이후에도 다인실에 방치하는 등 방역 수칙이 제대로 안지켜졌고요. 서울 동부구치소의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국가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법무부의 은폐·늑장 방역과 방역 당국의 대책 부재에 대해 정부는 국가 차원의 배상과 함께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법조인은 “직무유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추미애 법무장관과 담당 법무부 공무원들을 수사해야 한다”고 했고, 친(親)정부 성향의 민변(民辯)도 이날 법무부를 공개 비판하며 그간 어떤 방역 조치를 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진=AFP 연합뉴스

독일 서부의 한 식당 모습입니다. 텅 빈 테이블과 의자를 보면, 저기에 사람들이 모여 앉았을 때 어떤 모습이었을지가 떠오릅니다. 코로나 사망자가 늘면서 독일은 부분적인 봉쇄를 계속할 거라고 합니다. 
왜 우리만?‐헬스장과 카페

🍏헬스장 관장들이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영업을 재개하는 ‘오픈 시위’에 나섰습니다. 영업 정지 그 자체도 힘들지만 누구는 열고 누구는 못 여는 그 기준이 납득이 안된다는 거죠.  정부의 영업중단 조치가 형평성이 없다는 겁니다. 학원과 교습소는 4 일부터 9명 이하 규모로 영업을 재개하고, 스키장도 수용 인원을 3분 의 1로 제한하는 선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데 왜 헬스장만 안되냐는 겁니다.

🍏현재 매장 영업이 중단된 전국의 카페 점주들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보건복지부에 매장 영업을 허용해달라는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 서고 있습니다. 정부가 핀셋 방역을 한다며 너무 세세하게 영업정지 지침을 만들다보니 이런 불만은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코스피 3000 코 앞, 
지금도 늦지 않은 건가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세계 주식시장이 뜨거우니 가만히 있으면 손해보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새해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 지수가 2900 선을 뛰어넘으면서 3000 선 돌파를 코앞에 두게 됐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2944.45를 찍으며 역대 최고치로 마감한 4일, 여의도 증권가에는 “지금도 늦지 않았느냐”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영국 법원, 위키리크스의 어산지 
미국에 안 보낸다

🍏미국 정부 기밀 문서를 해킹해 세상에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범죄인 송환 요청을 영국 법원이 불허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정신 상태. 지금 미국으로 보내면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살아온 어산지는 '범죄자냐 박해받는 혁명가'냐는 논란 속에 있습니다. 어산지를 생각하면 미 CIA와 NSA에서 일하다가 미국내 통화감찰 기록 등을 폭로했던 컴퓨터 엔지니어 에드워드 스노든 이야기를 안할 수 없지요. 어산지와 스노든은 정부가 감춰온 엄청난 기밀을 폭로함으로써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알려줬습니다. 그 충격은 엄청났지요. 

사진=AP 연합뉴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지난해 법원 앞에서 서류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영국 법원은 ‘자살 위험’을 이유로 어산지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진=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이 멋있어 보이는 순간

🍏우리가 사는 곳이 남의 나라처럼 낯설고 멋있어 보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건축가 서현 교수가 지하철에서 만나는 풍경 다섯가지를 소개합니다. 7호선 청담역을 떠난 열차가 뚝섬유원지역을 향해 질주할 때 등장하는 한강의 모습 같은 극적인 장면에서부터, 저 위 <사진>처럼 해질녘 1호선 열차가 한강철교를 건너가는 순간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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