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퀴즈쇼 우승자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손가락 모양을 방송에서 인증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 시각) 최근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우승한 출연자 켈리 도너휴가 백인 우월주의자 손모양을 방송에서 인증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는 도너휴는 지난달 27일 방송에서 3연승을 확정한 순간 오른손을 가슴 쪽으로 들어 올리더니 엄지와 검지를 뺀 나머지 손가락 3개를 펴들었다.
방송 직후 일부 시청자들이 소셜미디어에 도너휴의 손 모양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상징하는 손 모양과 유사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OK’ 사인과 비슷한 이 손모양은 KKK 등 미국 백인 우월단체에서 사용하는 상징이다.
제퍼디 역대 출연자 모임 회원 595명은 방송 제작진 측에 백인 우월주의 손 인증을 거르지 않고 방송한 책임을 묻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이 편지에서 “우리는 혐오를 지지할 수 없다. 우리는 혐오와 함께할 수 없다. 우리는 혐오처럼 보이는 그 무엇과도 무대에 설 수 없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선 도너휴에 대한 신상 털기가 이뤄졌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도너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쓰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쓰인 빨간 모자를 쓴 사진을 찾아냈다. 이들은 이 사진을 보고 도나 휴가 백인 우월주의자라는 심증을 굳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도너휴는 자신은 백인 우월주의자가 아니라며 퀴즈쇼에서 취한 손 모양은 3승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그건 숫자 3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숨겨진 목적이나 악의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방송에서 첫 번째 승리가 확정된 순간에는 오른쪽 검지 하나를 들어 올려 보였고, 2승이 확정됐을 땐 검지와 중지 2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미국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역대 출연자 모임의 일부 회원 요청에 따라 도너휴의 손 모양을 살펴본 결과 “방송에서 3승을 알리자 손가락 3개를 들어 보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손 모양이 특정 사상을 가리키는 걸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도너휴를 둘러싼 의혹 제기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며 “결론을 정해놓고 증거를 찾아다니다 망한 전형적인 소셜미디어상의 마녀사냥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논란이 미국 민주당 지지자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형성된 깊은 반감과 거리감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조나단 그린블랫 반명예훼손연맹(ADL) 대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 발 논란을 대할 때 “사람들이 멈춰 서서 팩트체크를 하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두려움, 불확실함, 의심을 퍼뜨리려는 이들의 손에 놀아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국에서도 GS25 캠핑 홍보 포스터에 지금은 사라진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한 손 모양 그림이 사용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 손 모양은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논란은 GS 불매운동을 넘어 국방부 등 다른 단체나 기업 홍보물에도 이와 같은 손 모양 그림이 사용됐다는 의혹 제기로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