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때 지각하기로 악명 높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미·러 정상회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15분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러시아 소치에서 출발해 미·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정상회담을 30분 앞둔 시각이었다.
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회담 장소인 레만 호수 주변의 빌라 라 그렁주로 출발했다. 도착시각은 오후 1시 4분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곧바로 회담장에 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숙소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머무르다 푸틴 대통령의 회담장 도착 소식이 알려진 오후 1시 12분 회담장으로 출발했다. 푸틴보다 15분 늦은 오후 1시 19분에 회담이 열리는 건물에 도착했다.
두 정상은 오후 1시 24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밝은 하늘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푸틴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악수와 사진 촬영을 마친 두 정상이 정상회담에 돌입하면서 예정된 시각(오후 1시 35분)보다 7분 일찍 회담은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지각 대장’으로 불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2014년 정상회담에선 4시간 15분 늦게 나타났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70분을 기다리게 했다. 2018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와의 정상 회담 때는 2시간 30분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018년 정상회담 때도 35분 늦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 정상과 만남에서도 자주 지각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회담에는 1시간 45분 늦었다.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선 34분 늦게 회담장에 도착했다. 2019년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선 문 대통령이 2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푸틴 대통령의 상습적 지각에 대해선 상대방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장치라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