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이후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900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내 아시아인 인권 단체 ‘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아시아계를 겨냥한 사건 피해 신고가 908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19건꼴이다.
‘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라’는 코로나 확산 이후 아시아계 혐오 사건이 폭증하자 자체적으로 피해사례를 접수해왔다.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 중 상당수는 피해를 당해도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접수된 피해 사례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언어 폭력(63.7%)이었다. 접촉을 피한 사례는 16.5%, 신체적 공격을 가한 경우는 13.7%였다. 피해자를 향해 기침하거나 침을 뱉는 사례도 8.5%나 됐다.
피해자 중에는 한국계(16.8%)가 중국계(43.5%)에 이어 가장 많았다. 그 뒤를 필리핀계(9.1%), 일본계(8.6%), 베트남계(8.2%)가 이었다.
‘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라’를 공동 설립한 만주샤 쿨카니는 최근 몇 달간 경제 정상화 조치로 사람들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혐오 범죄 피해 신고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이 과거 인종차별이나 여성혐오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시아계가 혐오 범죄의 표적이 되는) 현실을 직시하기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범죄가 늘어난 이유는 바이러스 발원지가 중국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반중 감정을 부추겼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내 아시아계가 혐오의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폴리티코는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한 것이 미국 내 아시아계 혐오 정서를 다시 불지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정보당국에 코로나 기원에 대한 90일간의 추가 검토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