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성을 뜻하는 ‘인셀(incel)’이 ‘신종 테러 위협(new terror threat)’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가디언·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남(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로 본인은 여성과 성관계를 원하지만, 그런 관계를 제대로 가져보지 못한 남성을 뜻한다.
가디언 등은 이날 잉글랜드 데번주 플리머스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포함해 5명을 총기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이크 데이비슨(22)이 ‘인셀’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데이비슨이 범행을 저지르기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여성들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분노하며 인셀에 관해 언급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셀 그룹은 1990년대 연애 시장에서 낙오된 젊은 남성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모여 그들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여성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기 혐오와 좌절·분노를 여성에 대한 맹목적 증오로 표출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주로 온라인을 통해 교류하면서 여성에 대한 증오 등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팀 윌슨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테러정치폭력연구센터 소장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의 부상이 인셀 문화가 커지는 데 도움을 줬다”며 “인셀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지 않고도 온라인상에서 10대 소년들이 그러한 (여성 혐오적) 이념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셀 문화 연구가인 작가 로라 베이츠는 “영국에만 인셀 커뮤니티가 1만여 개 존재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수십만에 달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만 표출되던 이들의 폭력적 성향은 2014년 엘리엇 로저(22) 사건을 기점으로 현실 범죄로 비화했다고 더타임스는 분석했다. 미국 샌타바버라시립대 학생이었던 엘리엇 로저는 2014년 5월 흉기와 총으로 6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로저는 범행 전 유튜브에 “여성들은 다른 남성과는 섹스를 하지만, 나에게는 관심조차 없다”며 “여대생 기숙사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죽이고 거리로 나가 모든 사람을 죽이겠다”고 했다. 이후 인셀 그룹 사이에서 로저는 ‘영웅’으로 추앙받았고, 몇 년 새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잇따랐다.
세계 각국 수사 기관들은 이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인셀은 규모가 작지만 그들에 대한 영국 수사 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미국 경찰은 (인셀의) 여성 혐오 범죄가 최소 6건의 총기 난사 사건과 46명의 살인 사건 피해자와 연관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