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우려를 표명해야 한다.”

2019년 9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협력 기자간담회가 열렸을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지부장. 알비아니 지부장은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지금의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언론을 위축시키고 기자 개인을 위협하는 데 악용될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조선DB

세드리크 알비아니 국경없는기자회(RSF) 동아시아 지부장은 26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것과 관련,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알비아니 지부장은 “여당은 미완(未完)의 법을 성급하게 밀어붙이면 안 되며 야당·시민단체·언론사의 반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법 개정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인 “‘고의’나 ‘중과실’의 정의가 모호하게 규정된 지금의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언론을 위축시키고 기자 개인을 위협하는 데 악용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 정부나 여당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가 있는 걸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게 우리의 의무다. 우리는 단지 한국 국민에게 여당이 문제가 될 만한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니 조심하라고 귀띔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RSF가) 뭣도 모르면서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한 데 대해선 “한국에 있는 우리 특파원들의 도움으로 개정안을 검토했고 상당 시간을 들여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RSF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올해 180국 중 42위로 아시아 1위”라며 “우리는 한국 기자들의 활동과 한국 언론 환경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법이 이대로 통과되고 앞으로도 이 같은 규제가 이어진다면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알비아니 지부장은 이날 지난 2019년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 등과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출신에, 학생운동으로 투옥됐던 경험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RSF의 활동과 언론 자유 전반에 대해 매우 열정적이었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행정부와 여당이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잡기 위해 이 법을 제정하려 한다는 선의를 믿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는 위험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