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나이브 부켈레(40)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트위터 계정의 자기소개를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라고 변경했다.
20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부켈레 대통령은 ‘라일라(딸)의 아빠’로 돼 있던 트위터 자기소개를 이처럼 바꿨다.
현지 매체는 해당 자기소개에 대해 지난 7일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통용케 하는 등 부켈레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는 반대파를 겨냥해 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 조니 라이트 솔은 “이는 대통령이라기엔 너무 유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국제 앰네스티의 에리카 게바라-로사스는 부켈레 대통령이 “조롱하는 말”을 통해 “그에 대해 비판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1981년생인 그는 2019년 우파 성향 제3당의 후보로 출마해 30년간 이어진 양당체제를 깨고 당선됐다.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즐겨 입던 젊은 정치인인 부켈레는 갱단 범죄와 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취임 이후 아슬아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은 사회적 합의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여당이 장악한 국회를 통해 속전속결로 결정됐다.
이에 엘살바도르 독립 200주념 기념일이었던 지난 15일 수도 산살바도르 등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독재 타도’ ‘연임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부켈레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체로 평화적인 시위였으나, 일부 시위대는 엘살바도르의 국기를 태우거나 비트코인 입출금기(ATM)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해당 시위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독재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지난 1월 권력 남용과 관련한 논란이 있던 시기에도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영화 독재자의 주인공 ‘알라딘 장군’으로 바꾼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