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장인물들이 입었던 추리닝을 베껴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에 중국 관영매체가 “이번에는 잘못 골랐다”며 강한 어조로 반박하고 나섰다.
6일 관영 환구시보는 “오징어 게임이 뜨자 한국 언론이 배우 우징의 옷을 두고 극중 의상을 베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국내에서 보도된 한 인터넷 기사를 캡처해 제시했다.
해당 기사는 전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담았다. 서 교수는 중국에서 오징어 게임 불법다운로드가 성행하고 있으며 쇼핑 앱에서는 배우 이정재가 입고 나와 유명해진 초록색 체육복에 ‘중국’이라는 한자가 적힌 옷을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중국은 김치, 삼계탕, 한복, 갓 등이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오징어 게임, 킹덤 등 한국의 콘텐츠가 전 세계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주목받으니 중국이 큰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시아 문화 주도권이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강한 두려움의 발로”라며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존중을 먼저 배우라”고 적었다.
환구시보는 “서 교수는 그동안 이런 의제를 놓고 여러 번 중국을 자극했는데 이번에는 대상을 잘못 골랐다”고 밝혔다. 매체는 서 교수가 중국이 베꼈다는 근거로 제시한 사진이 2019년 개봉한 중국 영화 ‘선생님, 좋아요’의 한 장면이라고 했다. 극중 체육교사로 깜짝 출연한 배우 우징이 입었던 옷이 ‘중국’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초록색 복고풍 체육복이었다. 우징은 최근 ‘나와 아버지’ 시사회에 그 체육복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현재 서 교수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다.
중국 매체가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한 건 사진 속 주인공이 하필 우징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징은 애국주의 영화의 대표작인 ‘전랑’ 시리즈에서 감독 겸 주연을 맡았다. 특히 ‘전랑2′는 ‘관람이 곧 애국’이라는 애국 마케팅을 등에 업고 관객 수 1억4000만명을 동원하며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영국 BBC가 해당 영화를 두고 “민족주의만 가득 찬 액션 영화”라고 비판하자 우징은 “영화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의 애국은 죄가 없다. 나는 중국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얻자 중국 네티즌들의 불법 다운로드가 문제로 떠올랐다. 6일 열린 중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다. 장하성 대사는 “문화콘텐츠의 불법 유통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의 경우 중국 60여 개 사이트에서 불법 유통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또 상표를 악의적으로 선점해 우리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피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