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의 레고(LEGO) 스토어를 방문한 고객들./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장난감 제조 업체인 덴마크의 레고(LEGO)사가 더 이상 여아용·남아용 제품을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또 자사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성별로 장난감을 구분한 카테고리를 삭제하기로 했다. 모든 아이에게 전통적 성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포용적인 놀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레고는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성별을 구분 짓는 라벨을 부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줄리아 골딘 마케팅 책임자는 “이제 우리의 일은 전통적으로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소년·소녀들을 격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레고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러시아 등 세계 7국 출신 6세~14세 어린이와 그들의 부모 7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바탕이 됐다. 조사 결과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사회의 뿌리 깊은 성별 고정관념에 영향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아이 중 82%는 ‘여자가 축구를 하고 남자가 발레를 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지만, 같은 응답을 한 남자아이는 7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남자아이들이 ‘여자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놀림이나 괴롭힘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난감·어린이용품 업체가 성별 고정관념 탈피를 선언한 것은 최근 들어 점점 확산하는 추세이다. 디즈니는 2015년부터 상점에서 판매하는 아동용 의상을 여아용·남아용이 아닌 ‘어린이용’으로 분류하고 있다. 바비 인형 제조 회사로 유명한 마텔(Mattel)은 지난 2019년 머리 모양, 의상, 액세서리 등을 원하는 대로 조합해 다양한 성별을 표현할 수 있는 성 중립 바비 인형(Gender neutral Barbie)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법적 제도도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부터 대형 마트에 성별 구분 없는 아동용품·어린이 장난감 진열 공간을 만드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난 9일(현지 시각) 통과시켰다. 기존의 여아용·남아용을 구분한 진열대를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별 구분 없이 상품을 고르려는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직원 500명 이상의 대형마트가 아동용품 성 중립 진열 공간을 만들지 않을 경우 벌금 250달러(약 30만원)를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