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에서 ‘위드(with) 코로나’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 싱가포르가 ‘자가 격리’ 없는 해외여행 허용 방침을 밝히자 해외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항공사·여행사 홈페이지가 마비됐다고 13일(현지 시각) 영국 BBC가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감옥에서 갇혀있는 듯 답답함을 호소하던 사람들이 규제 완화로 자유로운 입·출국이 가능해지자 해외여행 수요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9일 ‘여행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오는 19일부터 자국민과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10국 출신 여행객이 상호 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항공사와 여행사 홈페이지에 불이 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이트에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발생했다. 싱가포르 항공의 경우 지난 주말 내내 공식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됐다고 BBC는 전했다. 온라인으로 항공권을 사는 데 실패한 이들은 항공사 사무실 앞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유와 해방감을 갈구했다. 기업 임원이라는 로우 카 웨이씨는 “(코로나로 인한) 답답함(cabin fever)이 우리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고 BBC에 밝혔다. 스타트업 창업자인 크리스탈 퀙도 “영국·이탈리아·스페인 친구들이 여름휴가를 다니는 모습을 온라인으로 지켜보며 우리만 여기 붙들려 있는 걸 체감하는 것은 정말 큰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다음 달 15일부터는 한국도 ‘격리 면제국’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앞서 태국도 다음 달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저위험 국가로 분류되는 10국 출신 관광객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지난 11일(현지 시각) 밝혔다. 태국 정부가 지정하는 저위험 10국에는 영국, 중국, 독일, 미국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관광업계에서는 동남아 국가들의 이런 결정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관광 산업을 조기에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가 전체 수입의 20%를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태국의 경우 지난해 약 500억달러(약 59조9000억원)의 관광 수입을 잃어 20여 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