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남자 1500m 시상식에 선 임효준. /연합뉴스

쇼트트랙 선수 임효준(린샤오쥔·25)이 후배 선수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사실상 국내 빙상계에서 퇴출되자 중국으로 귀화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노렸지만,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롱 리스트(long list·예비 엔트리) 마감일인 지난 15일까지 중국빙상경기연맹 측에서 임효준의 출전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은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제41조 2항에 따르면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 국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지 3년이 지나야 한다.

임효준은 2019년 3월10일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이에 임효준은 2022년 3월10일 이후 중국 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데, 베이징동계올림픽은 2022년 2월4일 개막해 같은 달 20일 폐막한다.

임효준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은 있다. 전·현 국적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종목별 국제연맹(IF)이 합의할 경우 올림픽 출전 유예기간을 단축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가 임효준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 측이 ‘롱 리스트’ 마감날까지 별도의 요청이 없었을 뿐더러, 대한체육회가 임효준의 출전을 허락할 경우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체육회 측은 각 NOC가 다른 나라 NOC의 롱 리스트 명단을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임효준의 포함 여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효준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500m금메달과 500m동메달을 땄다. 이후 2019년 6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대표팀 후배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부위를 드러나게 한 혐의(강제추행)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까지 간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년을 받았다. 임효준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지난해 6월 중국으로 귀화해 린샤오쥔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앞서 국내 쇼트트랙 간판으로 불리던 안현수(빅토르 안)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러시아 귀화를 택했으나 임효준과는 상황이 달랐다. 안현수의 경우 2007년 12월 이후 한국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간 적이 없어 3년 유예 규정을 적용 받지 않았다. 결국 안현수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