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진행된 실제 해부쇼 중 한 장면. 여기서 데이비드의 시신이 유족의 어떠한 동의 없이 해부됐다. /킹5

“대체 왜 우리 남편이 그곳에 있죠?”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사는 92세 미망인 엘시 손더스는 남편 시신이 ‘해부쇼’에 유족의 동의 없이 쓰였다는 사실을 듣고 3일(현지시각) 절규했다. 이날 그는 분하다며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라고 현지 매체 킹5에 말했다.

엘시의 남편 데이비드 손더스는 코로나로 98세에 사망했다. 이후 고인의 뜻에 따라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에 시신을 기증하려 했으나 코로나로 사망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엘시는 결국 라스베가스에서 활동하는 연구소 ‘메드 에드 랩스’에 남편 시신을 보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이 연구소가 데이비드의 시신을 ‘데스사이언스’라는 단체에 판 것이다. 이 단체는 미국 전역을 다니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인체 해부를 직접 보여주는 ‘해부쇼’를 기획했다. 데이비드의 시신이 사용된 행사가 첫 행사로 지난 17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진행됐다.

가장 비싼 티켓은 500달러(약 60만원)로 해부하는 책상 바로 앞자리였다. 이 행사는 퇴직한 해부학 교수가 시신을 해부하며 장기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일부 관람객은 이 교수가 꺼낸 장기를 직접 만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황당한 쇼는 데이비드가 코로나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데스사이언스 측이 관람객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메일을 보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데스사이언스 측은 유족 동의 없이 시신을 해부한 것에 대해서 “메드 에드 랩스가 어떤 시신인지 밝히지 않고 판매했다”라고 해명했다. 윤리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교육적인 목적이었고 매우 전문적인 행사”라고 답했다. 또 이번 논란으로 남은 행사는 모두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신을 판매한 메드 에드 랩스는 “데스사이언스 측이 시신을 사용하는 용도를 속였다”라고 반발했다.

한편 메드 에드 랩스로 시신을 옮겼던 장례회사 측은 도의적인 책임을 가지고 무료로 데이비드 시신을 화장하는 등 유족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