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경제대학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WIL)’가 7일 전 세계 상위 10%의 부자가 전체 소득의 52%와 자산의 76%를 점유했다는 내용의 보고를 내놨다. 세계 하위 50%의 소득과 자산은 각각 전체의 8%, 2%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WIL은 책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가 주도해 만든 경제 연구소다.
WIL이 이날 발표한 ‘2022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상위 10%의 연간 평균 소득은 12만2100달러(약 1억4426만원)였지만, 하위 50%는 3920달러(약 463만원)에 불과했다. 또 보유 자산(재산)은 상위 10% 평균이 77만1300달러(약 9억1129만원)에 달했지만, 하위 50%는 4100달러(약 484만원)에 불과했다. 소득은 31배, 재산은 무려 188배나 차이가 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2%를 가져가는 동안, 하위 50%는 8%밖에 못 가져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재산)의 양극화 정도는 더 심했다. 상위 10%가 전 세계 자산의 76%를 가진 반면, 하위 50%는 2%밖에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0%에 해당하는 중간층은 소득의 39%, 부의 22%를 차지했다.
한국의 경우 하위 50%의 평균 소득은 연간 1232만원으로 전체 소득의 16%를, 상위 10%는 평균 1억7850만원을 벌어 전체의 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IL은 “1990년 이후 한국 상위 10%의 소득 비율이 35%에서 46%로 상승했고, 하위 50%는 21%에서 16%로 하락하며 불평등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부의 측면에선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58%를, 하위 50%는 6%를 차지했다.
WIL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부의 대부분이 최상위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극도로 심해졌다”고 했다. 1995년 이후 2021년까지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전 세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에서 3.5%로 3.5배가 됐는데, 2020년 한 해에만 그 비율이 약 1.5%포인트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불평등을 해결할 방법으로 글로벌 억만장자들을 겨냥한 ‘부유세(wealth tax)’를 제안했다. WIL은 “100만 달러(약 12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전 세계 6216만명에 재산 수준에 따라 연간 0.6~8.3%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전 세계 소득의 1.6%를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며 “이를 교육과 보건, 기후변화 대응 등에 투입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