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각) 소비에트연방(소련) 붕괴 직후 본인 차로 불법 택시 영업을 했던 사실을 고백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소련 붕괴 이후 닥친 경제 파탄으로 러시아인의 삶이 그만큼 어려웠고,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것을 부각시키면서 나온 말이다. 미국·유럽 등 서구와의 극한 대결에서 패한 결과, 러시아가 비참한 상황에 처했던 과거를 상기시켜 앞으로는 외세와의 대결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제헌절을 맞아 방영된 국영 방송 ‘로시야1′의 특집 다큐멘터리 ‘러시아, 새로운 역사’에 출연, “대부분의 러시아 시민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1991년 소련 붕괴는 비극이었다”며 “돈이 더 필요해 몰래 내 개인 차를 이용한 택시 영업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이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불쾌하지만, 불행히도 이는 내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당시 소련 첩보기관인 KGB 소속으로 일하다 사표를 쓴 상황이었다. 아나톨리 소브차크 레닌그라드 시장의 대외 업무 총괄 보좌관으로 들어갔지만 수입이 부족했고, 이 때문에 몰래 택시 영업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경제 혼란과 금융 위기로 연 10~20%에 달하는 살인적 물가 상승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시 푸틴은 소브차크 시장의 감시 업무를 맡아 위장 퇴직을 한 상태였고, 소브차크와 KGB 양쪽에서 월급을 챙겼다”면서 “(택시 운전은) 과장된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소련의 해체는 (소련이라고 불렸던) 러시아 역사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면서 “우리는 완전히 다른 나라로 변화했고, 지난 1000여 년간 쌓아 올린 것들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로 인해 2500만명에 달하는 러시아인이 새로 독립한 국가로 편입되면서 러시아로부터 떨어져 나갔다”며 “이는 20세기 최대의 인도주의적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조지아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러시아계 주민을 의미하는 것이다. 푸틴은 이들이 보호와 러시아 편입을 요구한다며 지난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 땅이었던 크림반도의 강제 병합을 정당화하고, 러시아계 반군이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인근 국경에 10만여 명의 병력을 배치해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