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현지 시각) 수도 산티아고에서 좌파연합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가 유세를 펼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AFP 연합뉴스



19일(현지 시각) 치러진 남미 국가 칠레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35세 후보가 승리했다. 이날 치러진 투표의 개표가 98%를 넘은 가운데 좌파 연합 ‘존엄성을 지지하다’의 가브리엘 보리치 후보가 55.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 이후 가장 젊은 대통령이자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보리치는 1986년 크로아티계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칠레 최남단인 푼타아레나스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2004년 산티아고에서 칠레대 로스쿨에 다니면서 군부 독재자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 시절 자리잡은 교육제도 개혁을 위한 학생 운동을 주도했다. 당시 정부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무상으로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2013년 보리치는 자신의 고향에서 처음으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되며 정치 무대에 뛰어들었다. 하원의원 첫 임기 동안 인권 및 토착민 위원회, 극지대와 남극, 노동 및 사회 보장 위원회에서 일했다. 2017년 하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칠레 대선 결선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16일(현지 시각) 수도 산티아고에서 좌파연합 가브리엘 보리치 후보가 마무리 유세를 벌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3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는 출마에 필요한 3만5000명의 서명을 겨우 채워 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경선에서 칠레 유명 정치인인 다니엘 하두에 시장을 60% 득표율로 꺾고 7월 좌파연합의 대선 후보가 됐다.

NYT에 따르면 보리치는 칠레 새 헌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칠레 국민들은 지난해 새로운 헌법 초안을 마련하는 데 찬성한 바 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돼왔던 수많은 불만을 공공 정책 전면 개편으로 바꿀 예정이다. 특히 사회안전망을 확장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 등에 대한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리치는 주장한 바 있다.

보리치는 전통적인 대선 후보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이다. 몸에는 문신이 있으며 넥타이 등을 갖춰입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2018년 강박 장애 진단을 받아 입원한 적 있다는 것을 공개한 바 있다.

칠레 대선 결선투표를 사흘 앞둔 16일(현지 시각) 수도 산티아고에서 우파 공화당 소속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가 마무리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보리치와 결선 투표에서 맞붙은 인물은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변호사 출신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로 ‘칠레의 트럼프’라 불리는 극우 정치인이다. 독일 이민자 아들인 카스트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하원의원을 지냈다. 9명의 자녀를 둔 그는 낙태와 동성 결혼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보리치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카스트는 피노체트가 살아있었다면 자신을 뽑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피노체트에 동조하면서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결선 투표 개표 결과 득표율은 44.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