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설경을 구경하기 위해 인파가 몰린 가운데, 폭설이 내려 차량 수천대가 고립돼 관광객 20여 명이 동사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부에서 46㎞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원 관광지 무르리 인근 도로에서 1m 이상의 폭설로 인해 차량 수천대가 꼼짝 못 하게 됐다.
설경으로 유명한 무르리는 매년 백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인기 겨울 휴양지다. 이날도 많은 인파가 이곳에 몰렸다. 당시 이곳에는 이틀간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고 결국 심각한 정체가 발생했다. 이에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관광객 수천명은 영하 8도의 강추위 속에서 차에 탄 채 밤을 지새워야 했다.
보도에 따르면 추위를 견디지 못한 최소 22명이 동사했다. 셰이크 라시드 내무부 장관은 “15~20년 만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려 큰 위기가 발생했다”며 “16∼19명이 차 안에서 숨졌고 희생자는 모두 관광객”이라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엔 어린이 10명이 포함돼 있으며 일가족 4명이 한 차량에서 모두 숨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 당국은 희생자들이 대부분 저체온증으로 사망했고 일부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연방 정부는 군인 등을 투입해 긴급 구조에 나섰고 펀자브주 정부는 무르리 인근을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해당 도로 인근 주민들은 관광객에게 담요와 먹을 것을 전달하기도 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관광객들의 비극적인 죽음에 충격을 받았고 속상하다”며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조사와 강력한 규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해당 지역에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 불편을 겪는다며 이를 통제해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도시 정책 전문가 사라 엔 아마드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은 끔찍하다”며 “이런 희생은 전적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이었고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스트 압사 코말은 “무감각하고 충격적인 대응이다. 이건 정부의 실패다”라며 “수많은 사람들이 무르리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