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 /로이터 연합뉴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미국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가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21일(현지 시각)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안보리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자국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라고 명령한 데 대해 “우리는 그들(평화유지군)이 정말로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며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해당 지역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러시아군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해당 지역을 독립국가로 공식 인정한다는 러시아의 발표에 대해 “전쟁의 구실을 만들려는 러시아의 시도”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이 DPR과 LPR 지역에 공격을 가하면 이를 명분으로 러시아가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제국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기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며 “지금은 1919년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전 관련 평화협정인) 민스크 협정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며 “미국은 푸틴이 그대로 멈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행동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넘어 국제사회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서방 국가들이 핵무기를 들이려 한다고 푸틴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공급할 의사가 없고 우크라이나도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평화유지군 배치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네벤쟈 대사는 안보리에서 “우리는 외교적 해법에 대해 열린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돈바스가 새로운 피바다가 되는 것은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네벤쟈 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LPR과 DPR에 대한 포격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우크라이나가 군국주의적 계획을 버리게 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은 평화적 해법을 촉구하는 원론적 성명만 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모든 관련 당사자가 자제하고 긴장을 고조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피해야 한다”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하고 응원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노르웨이, 아일랜드 등 6개 안보리 이사국이 공식 신청해 성사됐다. 하지만 당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 이사국을 맡고 있어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 채택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