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와 같은 가상 공간이 아동 성범죄에 취약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동보호단체들은 “미성년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가상 세계를 설계하는 기업들에 책임이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BBC가 최근 진행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상 공간에서 아동을 향한 부적절한 성적 접근, 강간 위협, 인종차별 등이 흔하게 관찰됐다. 연구원이 13세 소녀로 가장하고 메타버스 애플에 접속하자, 성인 남성들이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해왔다. “벌거벗고 야한 놀이를 하자”며 성적 역할극을 요구하는 남성 이용자도 있었다. 가상 공간 내 아동 성범죄를 조사하는 한 활동가는 “가상 현실(VR) 기술은 매우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아이들은 실제로 성적인 행동을 하도록 강요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메타버스에서 성인용 유흥업소를 모방한 공간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가상 현실에서 사용자들끼리 만날 수 있는 방을 생성할 수 있는데, 13세 이상 이용 가능한 앱 안에 스트립 클럽 등 미성년자가 접근하기 부적절한 가상 공간이 존재했다. BBC는 “해당 앱(VR챗)을 다운받고 가짜 프로필을 생성하는 데에 아무런 신원 확인 절차가 없었다”며 “(부적절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성인들과 제약 없이 어울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동보호단체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설계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기업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아동학대방지협회(NSPCC)는 “가상 세계는 (기업들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해 위험하게 설계되어 있다”며 “아이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적절하고 해로운 경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VR 기술 선도 기업 중 하나인 메타(Meta)는 “사용자들이 다른 사람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가상 현실에서)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학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안전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메타의 자회사 오큘러스는 VR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