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우크라이나 침공 중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지 키슬리츠야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됐다가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대화 내역”이라며 종이에 인쇄한 복사본을 직접 러시아어로 낭독했다.
이 대화는 러시아 병사가 모친과 주고받은 것이다. 모친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답이 없니? 정말 훈련 중이니?”라며 안부를 묻자 사망한 병사는 “엄마, 저는 크림반도에 있지 않아요. 훈련 중인 것도 아니예요”라고 답한다. 모친은 “그럼 어디니? 아빠가 너한테 택배 보낼 수 있냐고 물어보신다”라고 말한다.
병사는 “엄마, 저는 우크라이나에 있어요. 여기서 진짜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요. 나 무서워요. 우리는 도시를 폭파하고 있고 심지어 사람들을 쏘고 있어요. 우리는 그들(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우리를 환영할 거라고 들었는데 그들은 우리 장갑차 아래 쓰러지고 있어요. 그들은 몸을 던져 우리가 지나가는 길을 막고 있어요. 그들은 우리를 파시스트라고 불러요. 엄마, 정말 힘들어요”라고 답한다.
키슬리츠야 대사는 해당 병사가 이 대화를 주고받고 몇 분 뒤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은 벙커 안에 앉아있는 누군가가 선택한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했다.
키슬리츠야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2차 세계대전에 빗댔다. 푸틴 대통령도 2차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처럼 자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키슬리츠야 대사는 “만약 그(푸틴)가 자살하길 원한다면 핵무기 창고까지는 필요 없다”며 “그는 1945년 5월 (독일) 베를린의 벙커에 앉아 있던 남자(히틀러)가 했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히틀러는 나치 독일의 패전이 확실해지자 베를린의 벙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키슬리츠야 대사의 다음 순서로 연설을 한 바실리 네반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리(러시아) 군사 작전을 먹칠하는 거짓”이라며 해당 메시지들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네반자 대사는 “우크라이나 측에서 만든 가짜뉴스가 120만 개나 있고 우크라이나 대사가 낭독한 메시지도 그 일부”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도시나 병원, 학교, 유치원에 무차별 포격을 가한 적이 없다”며 “러시아의 행동이 서방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고 했다.
네반자 대사는 “위기의 근원은 우크라이나에 있다”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투를 시작한 게 아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돈바스 주민들을 상대로 먼저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7일 러시아군 포로들이 “군사훈련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 속 한 포로는 “이르쿠츠크에서 온 2002년생 운전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우리는 여기가 우크라이나인 줄 몰랐다. 푸틴에게 속았다”고 말했다. 두 팔이 결박된 다른 포로는 “군사훈련으로 알고 참여했다”며 “우크라이나 땅인 줄 몰랐다”고 했다.
해당 영상을 본 포로들의 가족 또한 이들이 전쟁에 나간 지조차 몰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한 포로의 여동생은 “새벽에 오빠의 영상을 보고 크게 충격받았다. 오빠가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