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취임 후 첫 연두교서를 발표한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세를 보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강경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전국적인 호응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미 공영방송 NPR·PBS와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가 바이든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가 끝난 뒤 1~2일 이틀간 1322명을 상대로 진행한 유·무선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7%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 진행된 조사보다 무려 8%나 뛰어오른 것이다.
취임첫해부터 코로나 장기화와 물류대란, 아프가니스탄 전격 철군에 따른 카불 함락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던 지지율이 모처럼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역대 미 대통령이 연두교서 국정연설 후에 좀처럼 지지율이 반등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여론 조사 결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NPR에 따르면 1978년 이후 역대 미 대통령이 연두교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치고 올라간 적은 불과 여섯번에 불과했다. 그 중 세번은 빼어난 언변을 구사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이었다. 마리스트 여론 연구소의 리 미링고프 국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이례적인 반등세”라며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꺾였던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의 지지율이 반등세로 돌아선 데는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은 1일 연두교서를 발표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열 두 번 언급했다. 그런데 처음에만 ‘블라디미르 푸틴’이라고 하고 나머지는 모두 ‘푸틴’이라고 하며 끝까지 ‘대통령’ 직함을 붙이지 않았다. 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칭했다. 미국 정가 주요 인사들이 집결한 가운데 생방송으로 진행된 연설에서 푸틴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또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연설장으로 초청해 연대를 표시했다.
그는 전쟁 초기 대러 강경제재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국제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초강력 제재를 전격 결정하면서 강경모드로 돌변했다. 특히 서방과 연대한 우크라이나가 조기 패배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거센 저항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버텨내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러시아 고립작전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분석은 실제로 수치가 보여주고 있다. 바이든 정책에 대한 분야별 지지도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대처’는 직전 조사보다 18% 뛰어오르며 종합 지지율을 웃도는 52%를 기록했다. 코로나 대처 역시 직전 조사보다 8% 상승한 55%를 기록했다. 오미크론 사태가 진정국면을 보이면서 각주와 연방기관들이 마스크 의무착용 조치를 해제하는 상황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성향별로는 민주당 지지층(90%)과 공화당 지지층(10%), 무당파(39%)별로 수치는 차이가 컸지만, 공통적으로 반등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