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러시아 시장 잔류를 선언했다. 여러 글로벌 기업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규탄하는 의미로 ‘보이콧’ 움직임을 보인 것과 상반된 행보다. 유니클로는 전쟁을 반대한다면서도 “러시아인들에게도 옷 입을 권리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타다시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에서 철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옷은 삶의 필수품이다. 러시아 국민들도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모든 나라가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러시아 내 50여 개 유니클로 매장은 계속 운영된다며 보이콧 행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유니클로와 달리 여러 다국적 기업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속속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 앞서 패션 브랜드 자라는 러시아 내 502개 매장을 일시 폐쇄하고 온라인 판매까지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나이키 역시 온라인 판매를 멈춘 데 이어 오프라인 매장 120여 곳의 문을 닫았다. H&M과 아디다스도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하겠다”며 동참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도 본격적인 러시아 ‘손절’에 나섰다.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등을 운영하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 6일부터 현지 매장 운영 중단에 돌입했다. 샤넬도 같은 날 매장을 일시 폐쇄했고 구찌,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등을 소유한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도 러시아 직영점 운영을 중단했다.
애플은 아이폰와 아이패드 등 대표 상품을 팔지 않기로 했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비자 등도 사업 중단을 밝혔다.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도 러시아 시장에서 발을 뺐다.
블룸버그통신은 “타다시의 발언은 1991년 소련 붕괴 후 30년간 러시아에 투자해온 글로벌 기업들이 영업을 중단하는 움직임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패스트리테일링은 과거 중국 위구르족 인권 탄압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당시 그들은 해당 사안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유니클로의 이번 결정이 러시아 내 사업 확장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12월 기준 유럽에서 11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데, 그중 40% 이상이 러시아에 집중돼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매장도 모스크바 소재다. 2020년에는 코로나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지방 도시에 신규 매장 3개를 오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은 좋지 않다. 세르게이 코르순스키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는 7일 트위터에 “러시아인의 기본적 니즈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니즈보다 중요하다니 유감”이라는 글을 썼다. 일부 일본 네티즌마저 “이번 일로 서방에서의 유니클로 이미지는 나빠질 것이다” “너무 부끄럽다. 일본의 수치다”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다만 유니클로가 지난 4일 유엔난민기구에 1000만 달러(약 123억5000만원)를 기부하고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방한복을 전달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옹호한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