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최우방 벨라루스가 참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현재 키이우(키예프) 25㎞ 앞까지 진격해 총공세를 목전에 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저항을 분산시키고, 공격 부대의 후방을 보호할 증원군으로 벨라루스를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벨라루스의 참전 명분을 만들려고 ‘공작’에 나선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맞붙은 벨라루스의 코파니 마을을 마치 우크라이나군 소행인 것처럼 위장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벨라루스에서 이륙한 러시아 군용기가 우크라이나 영공에 들어오더니, 돌연 방향을 바꿔 코파니를 향해 발포했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먼저 공격한 것처럼 꾸며 공격 빌미를 만드는 이른바 ‘가짜 깃발 작전’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당근’도 내놨다.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1일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만나 벨라루스에 최신 군사 장비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벨라루스는 그동안 러시아에 S-400 최신 방공 미사일 체계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 배치를 요구해 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고사(枯死)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13일째 포위된 남부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식품과 의약품에 이어 식수까지 떨어졌다고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이 12일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난방용 배관의 물을 빼내 천에 걸러 식수로 쓰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마리우폴에서는 이슬람 사원이 폭격당했다. 터키 국적 어린이 30여 명을 포함, 80여 명이 피신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상자 숫자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지금도 마리우폴에 시민 40만명이 남아있다”며 “개전 이후 민간인 158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북부 체르니히우도 일주일 이상 이어진 포위 공격으로 시내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되고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또 도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돼 민간인들이 굶주림과 탈수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 흑해 연안의 멜리토폴에선 러시아군이 이반 페도로프 시장을 체포해 구금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러시아군 시책에 협조하지 않고, 집무실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걸어놓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에 협조적인 갈리나 다닐첸코 시의원이 새 시장으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드네프로루드네시 시장도 러시아군에 끌려갔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13일 폴란드 국경 25㎞ 근방 우크라이나군 훈련 시설을 공습해 파괴하는 등 서부 지역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한편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러시아의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을 놓고 미·러 양국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駐)유엔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자국의 생화학 무기 사용을 은폐하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거짓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미국과 연계된 우크라이나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생화학 무기가 신종 코로나처럼 통제 불능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