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 전과 달리 푸틴의 얼굴이 부어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외신들은 푸틴이 항암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해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또다시 제기됐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포스트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크렘린궁 내부 사정에 밝은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편집증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치매로 인한 뇌질환이나 파킨슨병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최근 5년 새 푸틴의 의사 결정 과정에 뚜렷한 변화가 있고, 그의 발언의 설득력과 명료성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주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외신들은 푸틴이 자신의 집무실을 찾은 외국 정상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날 때 길이가 4m를 넘는 테이블 한쪽 끝에 떨어져 앉아 과도한 거리 두기를 하고, 코로나 환자 병동을 방문하며 지나칠 정도로 전신 방호복을 껴입은 것이 그가 심각한 기저 질환 때문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사례라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회담 직후 “푸틴의 상태가 (2년 전 만났을 때와) 달랐다”고 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푸틴의 이상 행동이 암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인 ‘로이드 분노(roid rage)’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점점 변덕스러워지는 푸틴의 행동이 분노 조절 장애의 일종인 로이드 분노 증상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최근 사진에서 확인되는 푸틴의 부어오른 얼굴도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선 푸틴의 실각 상황까지 전망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러시아군의 고전이 계속돼 병력과 자원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크렘린궁 핵심 인사들이 푸틴을 축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장의 교착 상황이 계속되고, 서방 제재로 고통이 가중되면 푸틴의 전쟁 수행 방식에 분노한 러시아 엘리트나 군부, 보안기관, 생활고에 격분한 민중 시위로 푸틴이 타도될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서방의 초강력 제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국영 로시야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체 외환보유액은 6400억달러(약 795조원)인데, 그 가운데 3000억달러(약 372조원)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인한 충격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외환보유고 동결로 러시아가 채무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동결이 풀리지 않으면 외화 표시 국채를 포함한 모든 국채를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