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13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적의 포병사격통제소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가 함께 올린 27초 분량의 흑백 영상에는 검게 보이는 시설물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되는 모습이 담겼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다연장 로켓포, 탱크, 장갑차, 연료 호송대 등도 드론으로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터키제 정찰·공격용 드론 ‘바이락타르 TB2′가 맹활약하고 있다. TB2는 길이 6.5m, 날개 너비 12m 크기로, 레이저 유도 폭탄과 로켓, 대전차 미사일 등 총 4발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TB2는 표적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민간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조사인 바이카르사는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러시아 침공 직후 20대가량의 TB2를 운용했는데, 이달 초 몇 대를 추가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TB2는 작전 반경이 150㎞로 짧고, 최대 시속도 220㎞로 비교적 느린 편이다. 뉴욕타임스는 “TB2가 투입 몇 시간 뒤 러시아군에 격추될 것이란 군사 전문가 예상과 달리, 러시아군에 기대 이상의 타격을 입혔다”며 “국가 전체의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 전문지 ‘에이비에이션 위크’의 토니 오즈번 런던지부장은 “TB2는 우크라이나에 한 대당 수백만 달러에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TB2가 파괴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최대 5000만달러의 가치”라고 말했다. 앞서 시사주간지 타임은 TB2를 ‘러시아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비밀 무기’라고 평가했고,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TB2가 우크라이나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TB2의 대러 전투 성과가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TB2가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유하고, TB2를 찬양하는 노래를 지어 부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자체 제작한 소형 전투 드론 ‘퍼니셔’도 활약 중이다. 날개 너비 2.3m인 퍼니셔는 최대 3㎏의 폭발물을 탑재할 수 있다. 개발사인 UA다이내믹스는 “퍼니셔는 러시아 침공 이후 60건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첨단 무기인 드론과 함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저격수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중부군 부사령관인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소장이 우크라이나 저격수에 의해 사살됐다. 이어 비탈리 게라시모프 소장, 안드레이 콜렌스티코프 소장이 연이어 사살됐다고 우크라이나군은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상 최고의 여성 저격수로 꼽히는 류드밀라 파블리첸코의 나라. ‘죽음의 숙녀(Lady Death)’란 별명으로 유명한 파블리첸코는 2차 대전 때 소련군에 자원 입대해 적군 309명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