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 발레리나로 꼽히는 볼쇼이 수석 무용수 올가 스미르노바(30)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판한 뒤 조국을 떠났다.
17일(현지 시각) 여러 외신에 따르면 스미르노바는 전날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을 통해 자신의 이적을 공식 발표하고 “언젠가는 볼쇼이 발레단을 떠날 생각이었는데 현재 상황이 그 선택을 앞당겼다”고 밝혔다. 오는 4월 초 초연되는 고전 발레극 ‘레이몬다’로 네덜란드 데뷔 무대에 설 예정이다.
테드 브랜드슨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단장도 “비록 전쟁 상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슬프지만, 네덜란드에서 스미르노바와 함께 춤을 추게 된 것은 영광”이라며 “영감을 주는 무용수가 합류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미르노바는 그동안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러 차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해왔다. 그는 조부가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나도 4분의 1은 우크라이나인이다. 그 사실을 잊은 적 없다. 내 온 영혼을 다해 이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내가 조국을 수치스러워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문화·체육 분야에서 성과를 내던 러시아인을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지금은 전후를 가르는 선이 그어진 기분”이라며 “사람들이 죽어가고 그들의 머리 위에 있던 지붕이 무너지고 집을 잃어야 하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군사 분쟁의 중심에 있진 않지만 이 세계적인 재앙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며 “현대적이고 계몽적인 세계인 문명사회는 정치적 문제를 평화로운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볼쇼이 발레단과 마린스키 발레단 등 러시아 유명 발레단에서는 일부 무용수들의 탈단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출신 다비드 모타 소아레스, 이탈리아 출신 자코포 티시, 영국 출신 잰더 패리쉬 등이다. 이중 러시아인이 발레단을 떠난 건 스미르노바가 처음이다. 앞서 볼쇼이 극장 음악감독이자 수석 지휘자였던 투간 소키에프도 지난 6일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