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브 기지를 공격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침공에 분개해 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참여했던 한 프랑스인이 현지 상황에 관해 “무기도 탄약도 없었다”며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20일(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영화 제작자인 알랭 베이젤(57)은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브 기지에서 의용군으로 합류했다가 복귀했다. 그는 현지 기준으로 지난 12일 우크라이나에 도착했지만, 15일 프랑스 파리에 돌아왔다. 일주일도 안 돼 귀국한 것이다.

베이젤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주권 국가를 침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파시스트적 행태에 분개해 참전을 결정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폴란드 크라코프에 도착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기차로 이동한 뒤 야보리브 기지에 12일 합류했다. 이 기지는 이번 전쟁 초기부터 외국인 자원봉사자가 집결하는 곳으로 쓰였다.

13일 새벽 오전 5시 30분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숙소를 나섰던 베이젤은 귀가 먹먹해질만큼 커다란 폭발음을 들었다. 이후 러시아군의 포격은 계속됐다. 이 공격은 1시간가량 이어졌고, 미사일은 10발 이상 떨어졌다.

포격 이후 한 50대 영국인이 ‘떠날 사람은 지금 떠나라’고 하자 50여명이 앞으로 나왔다. 여기에는 베이젤도 있었다. 그는 “무기와 탄약이 없었다”며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된 부대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살행위나 다름 없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포격 당시 현장에는 400여명의 의용군 자원자가 있었지만, 무기를 소지한 사람은 60~70명뿐이었다. 베이젤을 포함해 2주간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은 무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훈련을 마친 일부 의용군도 무기를 지급 받지 못했다고 했다.

베이젤이 기지를 떠난 뒤, 러시아군은 2차 포격을 시작했다. 이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은 35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80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이근 전 대위를 포함해 한국 국민 9명이 지난 2일 이후 우크라이나 입국한 뒤 출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18일 “상당수는 외국인 군대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