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은 하고 싶은 짓을 다 했다. 위험하다고 말렸는데도 무시했다.”(발레리 시묘노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최고안전기술자)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했던 러시아군이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경고에도 별 다른 경계심 없이 작전을 수행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의 발레리 시묘노프 최고안전기술자는 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군이 원전을 점령했던 기간에 벌어진 일에 대해 증언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2월 26일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했고, 지난달 31일 철수했다. 체르노빌 원전은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다.
시묘노프는 러시아군의 한 병사가 체르노빌 원전의 폐기물 저장고에서 방사성 물질인 ‘코발트60′을 맨손으로 집어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코발트60은 적은 량으로도 많은 방사능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사는 몇 초 만에 가이거 계수기의 측정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피폭됐다고 시묘노프는 주장했다. 다만 이 병사의 상세한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군이 이른바 ‘붉은 숲’에 참호를 파고 주둔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붉은 숲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붉은색을 띄며 고사한 소나무들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토양에 방사성 물질이 섞여 전세계에서 방사능 오염이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힌다. NYT는 러시아군이 불도저와 탱크를 이용해 체르노빌 원전 인근에 참호를 설치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곳에 주둔하며 근처에 있는 나무를 태워 연료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성 물질에 피폭된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면 연기 등을 통해 피폭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당국의 허가를 받고 체르노빌 원전을 찾은 CNN은 러시아군이 머물던 원전의 사무실 안에서 세계원자력협회(WMA) 규정치 이상의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야외에서 묻혀온 먼지가 사무실 안의 방사선량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