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방보안국(FSB) 정보요원 150여명을 숙청했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우크라이나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친(親)러시아 정치인을 육성하는 일을 해왔으나, 실제 전쟁에서 쉽사리 승기를 잡지 못하자 푸틴은 FSB 내 배신자가 있음을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현지 시각) 더타임스 등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FSB 요원 150여명을 해임하고 일부는 교도소에 수감했다고 보도했다. FSB는 구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이며 이번에 단체 숙청된 요원들은 제5국 소속이다. 해외 첩보 부문을 담당하는 부서로, 1998년 푸틴 대통령이 FSB 국장이던 시절 창설을 이끌었던 곳이기도 하다.
세르게이 베세다 제5국 국장도 지난달 가택 연금된 뒤 현재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도소는 1930년대 요제프 스탈린의 ‘대숙청’ 기간 동안 심문과 고문, 대규모 처형을 위해 사용된 장소로 유명하다.
그의 공식 혐의는 자금 횡령이지만, 서방 정보당국이 러시아군 침공 전략을 사전 입수해 폭로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군사적 실패에 대한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전문가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크렘린궁 고위 관리가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수감된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 전 미국의 정보가 매우 정확했기 때문에 당국은 베세다가 미 중앙정보국(CIA)에 전략 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편집증에 걸린 것이라면 미 정보기관과 공식 접촉한 사실이 확인된 곳과 기관들에서 배신자들을 색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솔다토프는 베세다 체포 당시에도 “마침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 하다”며 “그 부서는 푸틴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말했을 것”이라는 글을 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