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측근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정치인 빅토르 메드베드추크.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친(親)러시아 성향 야당 지도자를 붙잡아 포로 맞교환을 제안했으나 러시아가 “그는 러시아 시민이 아니라 외국 정치인일 뿐”이라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체포된 빅토르 메드베드추크를 언급한 뒤 “그는 러시아군의 특수 작전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메드베드추크가 푸틴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온 데 대해서는 “그가 러시아와 특수 관계였다면 전쟁이 시작되기 전 우크라이나를 떠났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는 메드베드추크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러시아가 개입해주기를 원하는지조차 모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정계에서 ‘암흑의 왕자’라 불리는 메드베드추크는 친러 성향 야당 ‘생명을 위하여’(For life) 당수이자 사업가다. 지난 20년 간 푸틴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해왔으며 2016년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가 우크라이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빅토르 메드베드추크가 체포 후 수갑을 찬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정치적 동맹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있다. 흑해 소치에 위치한 푸틴 대통령의 별장과 크림반도에 있는 메드베드추크의 별장을 서로 오가며 휴가를 함께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푸틴 대통령이 메디베드추크의 딸 다리아의 대부인 사실도 유명하다.

메드베드추크는 이번 전쟁이 시작되기 전 우크라이나에서 반역 혐의를 받고 가택 연금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 사흘 만인 지난 2월 27일 도주했고 그의 행방은 몇 주간 확인되지 않았다. 전쟁 초기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단기간 점령하는 데 성공할 경우, 메드베드추크가 친러 꼭두각시 정권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텔레그램을 통해 메드베드추크의 체포 소식을 알렸고, 초췌한 모습으로 수갑을 찬 메드베드추크의 모습이 공개됐다. 메드베드추크는 당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우크라이나 군복을 입고 있다 발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메드베드추크와 러시아에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인들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