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앞으로 태평양 섬나라들과의 외교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남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 시각)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서 “외교 관계 강화의 일환으로 올해 하반기에 태평양 국가 정상들을 백악관에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태평양 국가들과의 대화체인 ‘퍼시픽 아일랜드 포럼’에서 다자간 교류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남태평양은 최근 몇 년 새 미·중 패권 다툼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올랐다. 이 지역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솔로몬제도가 지난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것이 불씨가 됐다. 수교 후 중국은 솔로몬제도 정부에 5억달러(약 6175억원)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친중 국가 만들기’에 나섰다.
지난 19일 중국 외교부가 솔로몬 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긴박해졌다. 두 나라 간 안보협정은 솔로몬제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중국이 군대나 무장 경찰을 파견할 수 있고, 중국 함정이 솔로몬제도 해안을 기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실상 중국의 군사활동을 용인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중국이 솔로몬 제도를 교두보 삼아 남태평양 지역을 장악할 것을 우려, 안보 협정 체결이 알려지기 직전 캠벨 조정관을 앞세운 고위급 대표단을 솔로몬 제도에 급파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안보협정 체결이 중국군의 솔로몬제도 파병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솔로몬제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백악관은 최근 대규모 정부 대표단을 솔로몬제도와 파푸아뉴기니, 피지 등 남태평양 3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는 1993년 솔로몬제도에서 철수했던 미 대사관을 29년 만에 다시 여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캠벨 조정관은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보이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특히 태평양 도서국가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