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역요원들이 가정집 내부를 소독하는 모습. /웨이보

중국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추구하는 가운데, 봉쇄령을 내린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서 방역요원이 가정집 내부를 강제로 소독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다. 이어진 과잉 방역에 사생활 침해와 재산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까지 생겨나고 있다.

12일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상하이와 쉬저우 등에서 촬영된 영상 여러 건이 공유되고 있다. 방역복을 입은 당국 관계자들이 일반 가정집을 찾아 들어가 소독약을 뿌려대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대부분 거주자에게 사전 설명을 하지 않는 모습이었고 이 중에는 강제로 현관문을 여는 장면까지 있었다.

한 방역요원은 냉장고 안에 소독약을 뿌리고 보관돼 있던 식자재들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기도 했다. 식사 중인 집에 들어가 식탁에 있던 음식 위를 소독약으로 덮어버리는 모습, 대형 분사기로 가전제품과 침구 등에 소독약을 부어버리는 모습 등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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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민들은 이같은 과잉 방역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과학적이지 못한 비상식적 행동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에 당국은 전문가 지도를 참고한 정상 방역 과정이라며 “냉장고 음식을 꺼낸 것도 낮은 온도에서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하기 때문이다. 또 격리자에게는 음식 등 구호품을 무료 제공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보급한 음식에서 다량의 기생충과 이물질이 발견된 바 있어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의미 없는 소독에 집착한다는 비판은 그 전에도 있었다. 지난 2일 상하이에서 소독용 특수 장비가 설치되고 기차역마다 소독 로봇을 둬 ‘검역 순찰’을 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간과 자원의 낭비일 뿐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 것이다. 니콜라스 토마스 홍콩시립대학교 교수는 “정부 조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행위”라며 “전염병 대응 영역에서 정치가 과학을 지배하고자 하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반복된 논란에 친(親)중국 성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세계보건기구(WHO)마저 중국의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총장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바이러스의 양태와 우리가 미래에 생각하는 것을 고려할 때 그것(중국의 정책)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 전문가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고 그런 접근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다른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 역시 중국의 관련 정책이 사회, 경제, 인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