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에서 “핀란드·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으로 나토군 자산이 배치되면 러시아의 합당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또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이 직접적 위협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모든 상황은 국제정세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나토 측을 비난했다.

CSTO는 테러 대응과 긴급 상황에서의 군사 협력을 목적으로 2002년 러시아 주도로 결성된 안보 기구다.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공화국·아르메니아 등 6국이 가입돼 있다. 푸틴의 이날 발언은 친러 성향 지도자들을 집결시켜 놓은 자리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에 재차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올가을 CSTO 주관으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현재 6국 체제인 CSTO에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들이 옵서버 형식으로 참가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푸틴의 이 같은 구상은 나토의 확장에 맞서 CSTO의 몸집을 키워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CIS는 1991년 12월 소련 해체 직후 소비에트 가입국들이 결성한 느슨한 형태의 협의체다. 소련이 해체되기 전에 독립한 뒤 서방 진영의 일원이 된 발트 3국을 제외하고 러시아를 포함해 구소련 12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 측은 “미국이 CSTO 회원국 접경에 생물학 무기를 배치했다”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줄곧 우크라이나와 서방 지원국들이 생물 또는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 같은 주장을 이어가는 것은, 러시아 주도로 옛 소련권을 군사 블록화하려는 시도를 정당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