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이후 반세기동안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는 미국 연방대법원 의견서 초안이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 내 갈등이 격화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도 시위에 나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파장이 이어지면서 미국 내 일부 대기업들도 ‘직원의 낙태 시술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나섰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경우, 미국 내 낙태권은 연방 헌법의 보호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각 주별로 정치성향에 따라 다른 법이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낙태가 불법으로 규정된 주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낙태 시술을 위해 주 경계선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낙태권 보장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기업들은 이 때 발생하는 이동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낙태 시술이나 치료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원정 비용을 대는 방식이라도 근로자들이 낙태 시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의미의 낙태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도 “직원들과 함께 하겠다”며 임신 중단을 원하는 근로자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17일(현지시각) 미국 피플지 등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파트너(직원)들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사 담당 부사장 권한대행인 사라 켈리는 이 메모에서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대법원 의견서 초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여러분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여러분이 양질의 의료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고, 의료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가 있을 경우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켈리는 “24만명의 직원과 그 부양가족이 거주지로부터 100마일(약 161km) 이내에서 낙태 또는 성별확인 절차를 이용할 수 없다면, 이동 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건 당신이 어디에 거주하든, 무엇을 믿든 상관없다”며 “당신은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여러 기업들도 직원들을 위해 낙태 원정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낙태를 위한 이동 경비를 최대 4000 달러(약 51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애플과 투자은행(IB) 씨티그룹, 차량 공유업체 우버·리프트, 의류업체 리바이스 등도 직원들에게 이동 경비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