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생애에는 지난 한 세기 동안의 한반도 역사가 담겨있다.”
외신은 8일(현지 시각) 한국의 영원한 ‘국민 MC’ 송해(95·본명 송복희)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베테랑 엔터테이너이자 북한 황해도 출신의 실향민이기도 했던 그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기사를 통해 “‘국민 MC’라는 별명을 가진 고인은 한국에서 널리 인정받고 사랑받는 인물이었다”며 “전쟁의 혼란 속에서 가족과 헤어져야 했던 실향민으로서 한반도의 분단 사실을 강조해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또 고인이 34년간 진행한 KBS ‘전국노래자랑’을 언급하며 “주류 매체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여러 배경의 일반인들을 등장시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면이 드러나도록 했다. 초창기부터 장애인들의 참가를 독려했고 최근 성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송해는 일요일마다 국민과 함께했고 항상 유머러스함을 보여줬다. 3세부터 115세까지 모든 참가자를 편안하게 했으며 음악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며 참가자들과 무대 위에서 밥을 먹던 모습, 꿀벌로 뒤덮인 무대에 서는 모습 등 방송에서 보여준 소탈한 면모를 조명했다.
WP는 송해를 ‘독재 정권에서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과정을 겪으며 세계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한 나라의 겸손함과 그 시작을 상기시키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의 생애는 지난 한 세기 한반도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1927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1950년 한국전쟁을 겪고 어머니와 헤어져 부산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또 “송해는 고향에서 ‘전국노래자랑’을 개최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며 “실제로 2003년 남북 가수들이 모인 ‘평양노래자랑’을 진행했으나 안타깝게도 헤어진 어머니와 여동생을 다시 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말미에는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추모 메시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AP통신 역시 “따뜻한 유머의 사회자로 수십 년 동안 사랑받은 한국의 진행자 송해가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는 가수로 연예계 경력을 시작했지만 코미디언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고 재치 있는 농담으로 TV와 라디오 쇼의 주류가 됐다”며 “그는 장수 방송의 아이콘으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서울 한복판에는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고 대구에는 ‘송해공원’이 있다”고 전했다.
고인은 8일(한국 시각) 오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장례는 희극인장(한국코미디언협회장)으로 진행 중이며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4시30분 시작된다. 운구차는 고인의 개인 사무실과 생전 자주 이용했던 국밥집, 이발소, 사우나 등이 있는 종로구 낙원동 ‘송해길’과 여의도 KBS 본관을 들른다. 이후 고인은 ‘제2 고향’으로 여기던 대구 달성군으로 가 송해공원에 안장된 부인 석옥이씨 곁에서 영면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