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인 3명 중 2명은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WP와 조지 메이슨대 공공행정대학원이 지난 4월 21일부터 5월 12일까지 미국 성인 10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가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것”이라는 답변은 12%였고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1년 넘게 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미국인들은 소비 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전체의 87%는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저가 제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외식과 문화생활 비용을 줄인다는 응답자도 77%에 달했고, 이전이었다면 계획했을 지출을 미뤘다는 답변도 74%를 차지했다.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운전을 줄였다”는 항목에도 59%가 긍정했다. 응답자 중 52%는 “물건이 더 오르기 전에 사재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37%는 최근의 물가 상승이 가계에 “심각하게 재정적 압박(financial stress)이 되고 있다”고 답했고, 50%는 “어느 정도 압박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은 13%였다.
치솟는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이윤을 늘리려는 기업(72%),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69%), 조 바이든 대통령(58%), 코로나 유행 이후 공급망 교란(58%) 등이 꼽혔다.
미국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지난 3월과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5%, 8.3%를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2.9%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P는 “이번 여론 조사 결과는 앞으로 다가올 인플레이션의 조기 경고가 될 수 있다”면서 “더 많은 미국인이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행동을 바꾸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