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우파 연합과 극좌 성향 정치인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좌파 연합이 초접전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9일 2차 투표 결과에 따라 중도 우파 연합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마크롱 대통령 2기 정부의 앞날이 험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프랑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 ‘르네상스(구 전진하는 공화국)’와 중도 우파 소수 정당 2개가 연합한 ‘앙상블’은 총 585만여 표(득표율 25.75%)를 얻어 선거구 577곳 중 203곳에서 1위를 했다. 이에 맞서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와 사회당·녹색당·공산당 등 정당 4개가 뭉친 좌파 연합 ‘뉘프(NUPES)’는 총 583만여 표(득표율 25.66%)를 확보해 선거구 194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총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2차 투표에서 당선인을 확정한다.
이날 1차 투표에서 당선인이 나오지 않는 지역구 572곳은 오는 19일 2차 투표에서 1위와 12.5%가 넘는 표를 확보한 2~4위가 다시 맞붙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차 투표에서 (1차에서 낙선한 후보의) 표가 중도 우파 연합에 쏠리면 중도 우파 연합이 255~295석을 확보하고, 좌파 연합이 150~190석, 나머지가 95석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4월 재선에 성공해 앞으로 5년간 2기 정부를 이끌어야 하는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선 불안한 결과다. 그는 총선 전 “프랑스의 중단 없는 개혁과 발전, 위기 해결을 위해 여당이 의회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마크롱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우파 연합이 289석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1차 투표 결과만 놓고 보면 이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상 최저를 기록한 투표율(47.51%)도 여권에 불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크롱 지지자가 많은 온건 성향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를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18.68%)로 3위에 오른 마린 르펜의 극우 국민연합(RN)이 20~45개 의석을 차지해 사상 처음 원내 교섭단체(15석 이상)로 약진할 것으로 예상돼 여권의 우려는 더 커졌다. 지난 대선에서 극우 르펜과 극좌 멜랑숑 모두 ‘반(反)마크롱’ 노선에 서서 이념적 차이를 넘어선 ‘범야권 연대’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프랑스 씨뉴스TV는 “중도 우파가 과반수 장악에 실패하고, 좌파와 극우가 ‘반마크롱’으로 연대할 경우 여당이 총리직은 물론 의회에서 입법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프랑스 정계에서는 지난 2017년 총선에서 여당인 중도 우파 연합이 무려 350석을 석권, 마크롱 대통령이 우파적 친(親)시장 개혁 정책을 강하게 추진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파악하고 있다. 극우와 극좌는 이를 “마크롱의 엘리트주의 독재”라고 비난해 왔다. 프랑스 언론들은 “공무원 연금 개혁, 은퇴 연령 조정, 대학 등록금 인상 등이 반발을 샀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생활 물가와 연료 가격 급등에 대한 불만까지 누적된 탓”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