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 시각) “2022년은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의 해”라며 “지난 2월 중국의 신장·위구르 탄압 논란 속에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이주 노동자 강제 노동 논란에 휩싸인 카타르 월드컵까지 권위주의 정권이 개최하는 스포츠 행사가 줄줄이 이어진다”고 했다.

스포츠워싱은 한 국가나 조직이 독재나 부정부패, 인권침해나 언론 탄압, 인종·성차별 등으로 악화된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비(非)정치적으로 보이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후원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한 ‘LIV 골프’는 우승자가 61억원을 받고, 꼴찌에게도 1억5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상금 규모가 막대한 데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가 소속 선수의 출전을 불허하는 등 많은 논란 속에 진행됐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8년 반(反)정부 언론인 살해와 예멘 내전 획책 등으로 악화된 국제사회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초대형 스포츠 행사에 수조원의 오일 머니를 쏟아부으며 스포츠워싱의 정점을 찍었다”고 전했다. 또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인권 논란이 있는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상승으로 쓸어담은 돈으로 유럽과 미국의 유명 구단을 인수하거나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데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워싱의 원조로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던 나치 독일이 꼽힌다. 1980년대 인종차별 논란 속에 F1 그랑프리 등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해 합병한 이후 2018년 월드컵을 치른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구소련 국가 아제르바이잔은 유러피안 게임(2015년)과 F1 그랑프리(2016년), 유로파 리그 결승전(2019년) 등에 엄청난 오일 머니를 쏟아부은 결과, ‘인권 탄압’이 아닌 스포츠 분야의 업적이 연관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