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 시각) 대선 승리 후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콜롬비아에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

19일(현지 시각) 치러진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 후보 구스타보 페트로(62)가 50.4%를 득표해 당선됐다. 경쟁자인 ‘반(反)부패 통치자 리그’의 기업인 출신 후보 로돌포 에르난데스(77)는 47.3%를 득표했다.

이날 당선이 유력해지자 페트로 당선인은 트위터에 “콜롬비아 국민의 첫 승리를 축하하는 날”이라며 “오늘부터 콜롬비아는 변한다. 다른 콜롬비아”라고 자축했다. 당선인 임기는 4년이고, 취임식은 8월에 치러진다.

페트로는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낸 현직 상원의원이다. 젊은 시절에는 좌익 게릴라 단체 ‘M-19′에서 활동했다. 이번에 세 번째 대권 도전이다. 2010년 첫 도전에서는 9%를 득표해 4위에 그쳤다. 2018년 대선에서는 결선까지 올랐으나 이반 두케 현 대통령에게 12% 포인트 차이로 졌다.

올해 4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국립대 인근에서 반정부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그대로 맞고 있다. 콜롬비아 경찰은 이반 두케 대통령의 조세 개혁안에 반대했던 시위 1주년을 맞아 펼쳐진 이날 시위에 강경 대응했다. /AFP 연합뉴스

미 CNN은 페트로 승리 배경에 콜롬비아의 불안정한 사회·경제 상황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콜롬비아 빈곤율은 40%에 달하고, 실업률도 11%가량이다. 강력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컸고, 불평등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 CNN은 콜롬비아가 세계에서 가장 경제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고 전했다. 이달 중순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46%에 달하는 콜롬비아 시민들이 자국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페트로는 연금 개혁, 석탄·석유 산업 축소, 부자 증세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노동자 계급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과격한 사회주의자 이미지를 벗고자 올해 4월에는 ‘사유재산을 몰수하지 않겠다’고 서명했고, 온건한 성향의 경제 관료들을 주위에 두고 ‘새로운 진보’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론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가난한 지역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하고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페트로의 승리로 중남미 정치 지형이 확연히 왼쪽으로 기울었다. 2018년 말 이후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서 줄줄이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바뀌었다.

오는 10월 치러질 브라질 대선에서도 좌파 후보가 강세인 상황이라,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에 처음으로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