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체스 로봇이 대국하던 7세 소년의 손가락을 부러뜨린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24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제 체스포럼 모스크바 오픈에서 로봇이 체스 경기를 벌이던 소년의 손가락을 움켜쥐어 골절상을 입힌 일이 일어났다. 사고를 당한 소년은 모스크바의 9세 이하 선수들 중 상위 30위 안에 드는 선수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로봇은 소년 쪽의 말을 하나 옮긴 후, 소년이 다른 말을 움직이려 하자 로봇이 소년의 손가락을 움켜쥔다. 소년은 손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소년은 성인 4명의 도움을 받고서야 손가락을 빼낸다. 소년을 도운 이들 중 한 명은 손가락이 빠진 이후 놀란 듯 두 손으로 입을 가린다. 소년은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었고, 이튿날 경기에는 깁스를 하고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소년에게 책임을 돌렸다. 세르게이 라자로프 모스크바 체스연맹 회장은 타스통신에 “로봇이 어린이의 손가락을 부러뜨린 것은 끔찍한 일”이라면서도 “로봇은 이전에도 경기를 치른 적이 있지만 한 번도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다. 로봇에게 시간을 줘야하는데 소년이 재빨리 움직여 로봇이 그를 잡은 것”이라고 했다.
세르게이 스마긴 러시아 체스연맹 부회장도 러시아 매체에 “소년이 안전수칙을 위반했다. 말을 옮기기 전 충분히 기다려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처음으로 보고된 흔치 않은 사고”라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분석해야 한다. 추가 보호 시스템을 설치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러시아 체스 그랜드마스터인 세르게이 카르야킨은 “일종의 소프트웨어 오류로 발생한 것임이 틀림없다”며 “소년의 건강을 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