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단됐던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1일(현지 시각) 재개됐다. 전쟁 발발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세계 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다시 본격적인 곡물 수출에 나서면서 급등했던 국제 곡물 가격도 점차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튀르키예(터키) 국방부는 이날 “시에라리온 국적의 화물선 ‘라조니’호가 오전 8시30분(한국 시각 오후 2시30분) 총 2만6000t의 우크라이나산 옥수수를 싣고 오데사항을 출항, 레바논으로 떠났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는 지난 6월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등이 참여하는 ‘흑해 곡물 수출 프로젝트’의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튀르키예 국방부는 “라조니호는 현재 공동조정센터(JCC)의 안내를 받아 정해진 안전 항로로 순항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항만에 대기 중인 다른 화물선들도 같은 방식으로 운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오데사와 유즈니, 초르노모르스크 등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만 3곳에 모두 16척의 화물선이 58만t의 곡물을 싣고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추가 화물선들도 속속 입항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는 지난달 22일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에 전격 합의했다. 다음날 러시아가 오데사항을 순항미사일로 공격하면서 합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과 상관없이 합의를 준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곡물 수출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튀르키예 정부는 “연말까지 약 2500만t의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흑해를 통해 수출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흑해를 통해 수출한 곡물(약 4500만t)의 약 56%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는 수출 재개로 매달 10억 달러(1조3000억원)의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농업시장조사업체 우크라그로컨설트는 “4자 합의에서 화물선 입·출항이 허용된 3개 항구의 곡물 처리 용량은 월 최대 350만t 수준”이라며 “다른 항만이 추가로 개방되지 않으면 12월까지 실제 수출량은 1700만t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유 세계 1위, 옥수수와 보리는 4위, 밀은 6위 수출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해 대비 40~60% 급등했던 국제 곡물 가격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가 유력해진 7월 중순 이후 품목별로 10~15%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