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대만과 인접한 푸젠성 해변에서 줄지어 이동하는 중공군 장갑차가 포착됐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2일(현지 시각) 중국 동남부 해양도시 푸젠성 샤먼의 취안저우 소재 해수욕장에 등장한 장갑차 행렬을 촬영한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중국 해군 소속 육전대(해병대)에서 주력으로 운용하는 ZBD-2000 수륙양용 장갑차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대낮 해수욕장에 나타난 육중한 장갑차 무리를 보고 깜짝 놀란 시민들의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다. 수영복을 입은 피서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두리번거렸고, 한쪽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푸젠성은 상하이와 광둥성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대만과 매우 가깝다. 영상 속 장갑차가 모였던 취안저우에서 대만까지의 직선거리는 불과 130㎞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중국과 대만이 갈등을 빚을 때마다 주민들의 사재기 사태가 벌어지는 등 늘 주목받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장갑차 행렬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당일 오전에 이뤄졌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저지하려던 중국이 대만과 인접한 이곳에 지상군의 중화기들을 집결시키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군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을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편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후 10시43분쯤 타이베이 쑹산공항을 통해 대만 땅을 밟았다. 그는 이후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대만을 여행함으로써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을 기다린다. 대만의 자유, 그리고 모든 민주주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성명을 통해서도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우리의 대만 방문은 1979년 제정된 대만 관계법, 미·중 공동성명, 6개 보안장 등에 따른 미국의 오랜 (양안) 정책과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군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 대만 주변 해역에서의 군사훈련 실시를 공표했다. 대만을 완전히 포위하는 듯한 형태의 훈련으로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해당 훈련은 4일 정오부터 7일 정오까지 3일간 진행된다. 앞서 CCTV 방송을 통해 젠-20 스텔스 전투기의 야간 이륙 장면,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 차량(TEL) 이동 장면 등이 공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