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소바트푸르 지역 주민들이 몬순 우기 홍수로 물에 잠긴 도로에서 가재도구를 싣고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잠긴 파키스탄의 피해 규모가 13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됐다.

3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흐산 이크발 파키스탄 개발계획부 장관은 전날 “최근 홍수 피해를 잠정 추산한 결과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크발 장관은 이번 피해가 2010년 홍수 사태 때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은 2010년에도 우기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2000명 이상이 숨지고 국토의 5분의 1 가량이 물에 잠겼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전날 북부 구호 작업 현장을 살펴본 후 “지난 30년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홍수”라고 했다.

이번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은 지난 24시간동안 75명이 사망하면서 몬순 우기가 시작된 6월 이후 총 113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홍수로 강물이 불어나 도로와 교량들이 잠겼고, 북부 산간지역 마을 수백곳의 통신이 끊겨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국적으로는 가옥 100만여채가 부서졌고, 다리 170여개가 끊어졌다. 이재민 수는 3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크발 장관은 피해가 워낙 커 재건과 회복에 5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때문에 파키스탄은 앙숙인 인도로부터 야채를 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핵 개발 경쟁을 벌이며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영유권을 놓고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파키스탄이 홍수로 황폐해진 모습을 보게 돼 비통한 심정이라며 “유족에게 진심 어린 조의를 전한다”고 했다.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파키스탄에 최악의 홍수까지 겹치자 국제사회는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28일에는 터키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출발한 응급구조 비행기가 도착했다. 유엔(UN)은 1억6000만달러(약 2160억원)를 긴급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30만달러(약 4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텐트 4000개와 담요 5만장, 방수포 5만개를 제공한 중국은 30만달러와 텐트 2만5000개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위원회는 파키스탄에 11억7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특별인출권(SDR)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특별인출권은 국제통화기금 가맹국이 국제수지가 나빠쪘을 때 담보 없이 외화를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