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2005년 5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동·서 냉전구도’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라는 현대사의 대격변을 이끌어낸 주역 미하일 고르바초프(91) 전 소련 대통령이 오랜 투병 끝에 30일(현지시각) 사망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러시아 현지 언론을 인용,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사망을 보도했다.

고르바초프는 1985년 소련 서기장에 취임한 뒤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재편)의 양대 정책으로 소련의 개혁과 민주화를 이끌었고 이는 베를린 장벽 붕괴를 시작으로 40여년간 이어졌던 동·서 냉전구도의 종식으로 이어졌다. 또한 1990년 6월에는 미수교 상태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상 첫 한·소 정상회담을 가지며 한국 북방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한·소 수교의 물꼬를 텄다. 이 해에 미국과 군축협정을 체결해 평화 정착에 앞장선 공로로 노벨 평화상도 받았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고르바초프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냉전구도 해체로 소련의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1991년에는 군부 쿠데타와 소련 해체를 겪었고, 권좌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고르바초프 재단을 설립해 활동하기도 했다.

1990년 2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조선DB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부인 라이사 여사는 1999년 사망했다. 당시 고르바초프는 라이사 여사의 사망에 “라이사를 잃은 것이 러시아를 잃은 것보다 더 슬프다”며 애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슬하에는 외동딸 이리나(65)가 있다. 이리나는 현재 고르바초프재단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1986년 10월 13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공항에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에 오르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과 부인 라이사 여사. 고르바초프가 기자들에 손을 흔드는 부인 라이사의 허리를 잡아주고 있다./로이터 뉴스1

고르바초프는 올해 초에는 모스크바 외곽에서 여생을 보내왔다고 전해졌다. 자유유럽방송은 고르바초프가 2015년 이후에는 외국 여행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