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초강력 슈퍼 태풍으로 몸집을 불리며 매서운 기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영향권에 닿은 일본 곳곳에서는 거센 바람을 동반한 폭우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대만 타이베이 동남쪽 480㎞ 해상을 지나 남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20hPa(헥토파스칼), 강풍반경은 300㎞에 달한다.최대풍속은 초속 54m(시속 198㎞)로, 초강력(super strong) 태풍이다.
힌남노는 이날 오후부터 2일 밤까지 대만 동쪽, 일본 오키나와 주변 남해상에서 정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에도 세력은 유지될 전망이며, 5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470㎞ 해상까지 올라와 이튿날 제주 동쪽 해상을 지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세력은 매우 강해 내륙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겠다.
이미 태풍 영향권에 든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전날부터 시속 92㎞의 강풍이 불고 있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보도된 영상을 보면, 강한 비바람으로 나무가 부러지고 지붕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쏟아지는 비는 시야를 가릴 정도고 폭풍을 견디지 못한 농산물이 허리가 꺾인 채 땅에 누워있는 모습도 보인다.
NHK는 “태풍이 2일 오키나와 남쪽에 다시 북상해 오키나와현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풍과 파도 등의 영향도 장기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예측대로 한반도에 상륙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를 합친 정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힌남노가 북상해온 여느 태풍과는 달리 남진, 즉 역주행하는 비정상적인 경로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소장은 이날 YTN ‘뉴스라이더’에서 “힌남노 서남쪽에 위치한 자기 몸집보다도 더 큰 거대한 열대 기압부를 집어삼켜 먹고 있다. 그래서 세력이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럼 지금보다 강풍 반경이 1.5배 정도 더 커지고 비를 뿌릴 수 있는 수증기 양도 크게 증가한다. 거의 핵탄두급 수증기를 탑재한 엄청난 태풍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태풍이 오키나와를 지나 동중국해로 접어들면 수온이 낮아지기 때문에 강도가 급격하게 약해진다. 지금 문제는 동중국해 수온이 예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상태라는 것”이라며 “태풍의 이동경로상에 양자강 저염수가 위치하고 있는데, 이런 높은 수온과 저염수가 만나면 태풍의 약화를 막는다”고 했다.
또 “태풍의 전면에 위치한 정체전선은 태풍으로부터 엄청난 수증기를 공급받아, 태풍이 오기 전부터 한반도에 기록적인 비를 뿌릴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그 위력은 얼마 전 서울에 큰 피해를 입힌 집중호우를 능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