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시작된 여름 몬순과 대홍수로 지금까지 사상자 1만5000명이 발생한 파키스탄이 감염병 확산 등 최악의 보건·의료 위기에 신음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5일(현지 시각) 밝혔다.
WHO는 이날 성명에서 “지금까지 파키스탄에서 사망자 1290명, 부상자 1만2500명이 발생했다”면서 “63만4000명이 집을 잃고 캠프에서 지내고 있으며, 640만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홍수로 피해를 당한 사람은 총 3300만명에 달한다고 WHO는 집계했다.
WHO는 파키스탄의 보건·의료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설사, 말라리아, 급성 호흡기 감염, 피부·눈 질환, 장티푸스 등 감염병 환자도 수만명에 이른다. “임신부 수천명이 병원이 아닌 집에서 아이를 낳아야 할 위험에 놓여 있다”고 아흐메드 알만다리 WHO 국장은 전했다. 병원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스템도 붕괴 상태이다. 의료시설 중 432곳이 완전히 손상됐으며 1028곳이 부분적 피해를 당했다.
현재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겨 있다. 하지만 홍수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파키스탄 당국은 5일 최대 담수호인 만차르호(湖)에 구멍을 내 물을 빼내는 작전에 돌입했지만 실패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당국은 만차르호의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에 구멍을 낼 계획이었다.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물길을 내 인구 50만명이 밀집한 세흐완 등의 도시를 구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호수의 수위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고 잠 칸 쇼로 관개부 장관은 전했다. 이 호수가 넘치면 50만명 이상이 추가로 피해를 당할 수 있다.
한편,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파키스탄의 복구 지원을 위해 5000만달러(약 686억원) 규모의 지원을 시작했다. 단체 측은 지금까지 어린이 5800명 등 총 1만1000여 명에게 식량과 구호텐트, 생필품, 식수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다.